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아이들을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치게 보호하고 통제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전자기기와 가상세계에서는 아이들을 무방비로 방치했습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아이들의 세상을 장악하도록 내버려 두었고,
진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동체 대신 디지털 소셜 네트워크에서 자라게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실제적인 인간관계의 연결에 굶주린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 조너선 하이트, 『불안세대』 中
“복지관 강당에서 포켓볼 모임하면 좋겠어요.”
포켓볼 동아리는 고등학생 형제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청소년들은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할까요?
그리고 여가 활동을 할 시간이 충분할까요?
학업, 진로, 관계 등 다양한 스트레스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우리 청소년들.
스마트폰 속 끝없이 넘쳐나는 숏츠, 릴스, 틱톡 등이
아이들의 ‘놀이’를 대신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우리만의 소박한 여가생활’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고등학생 형제들과 함께 포스터를 만들고
함께할 동네 동생들을 기다렸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생, 그리고 활동을 제안했던 고등학생까지
총 8~10명의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포켓볼 규칙도 잘 모르는 동생들을 위해
형들이 먼저 규칙을 익히고 큐대 잡는 법까지 알려주었습니다.
어색함이 가득했던 첫 모임.
간담회 때 동생들은
“형들이 처음엔 살벌한 줄 알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포켓볼을 함께 치면서 실력은 비슷해지고,
이기고 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더 가까워졌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신청했다기보다
‘엄마가 가보라고 해서 왔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다음에도 또 하고 싶다”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점점 즐거워졌어요.”
“공을 처음으로 넣었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형들이 처음엔 살벌한 줄 알았는데 놀면서 친해졌어요.”
“같은 피아노 학원 다니면서 얼굴만 알던 사이였는데 여기서 더 친해졌어요.”
“처음엔 거의 다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됐어요.”
포켓볼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놀리는 걸 더 잘하게 됐다”, “성격이 조금 좋아진 것 같다”,
“조금 더 밝아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장난에) 면역력이 생긴 것 같다”,
“방해받을 때도 잘 버티게 됐다”는 표현도 있었습니다.
평소에 언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느냐는 질문에는
“공부할 때”, “숙제할 때”, “학원 다닐 때”,
“학교 수업이 많을 때”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평소엔 “게임하기”, “영화 보기”, “매운 거 먹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욕하기” 같은 나름의 방법으로 감정을 해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포켓볼 활동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었을까요?
아이들은 똑똑하게도 80~100% 등 다양한 수치로 답해주었고,
포켓볼 동아리 점수를 9~10점으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상반기 포켓볼 동아리 마지막 날,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는 간식도 먹었습니다.
원래는 오후 2시 30분까지였지만,
웃고 떠들다 보니 30분이나 더 놀다가 헤어졌습니다.
포켓볼을 통해 동네에 알고 지내는 동생, 친구, 형들이 생겼습니다.
“길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휴대폰만큼 재미있는 놀이,
함께하면 더 재미있는 포켓볼을 배우게 됐습니다.
어쩌면 스마트폰 속 빠른 재미 대신,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웃고 떠들며
진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얻는 작은 여유와 놀이,
그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원하는 진짜 쉼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