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9일 수요일 2시.
도시락배달 이용 어르신들과 함께 한2021년 첫 소모임이 진행되었답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모여 소모임을 진행한 건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이후 처음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나도 답답하다는 어르신들의 말씀.
그리고 안전하게 잘 진행되었던 4월의 삼삼오오 나들이.
함께 나들이 가셨던 어르신들께서 다른 분들과 함께 또 바람 쐬고 싶다 말씀하십니다.
산책 동아리는 복지관 행복식당 어르신들이 먼저 시작하셨습니다.
도시락배달을 이용하는 어르신 중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면서,
너무 높지 않은 곳을 간다면 산책 가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담당자 혼자 고민하는 것은 의미 없음을 깨닫습니다.
금요일마다 어르신들께 보내는 도시락편지로 어르신께 여쭸습니다.
"우리 함께 산책 가실래요?"
5월 5주차 도시락 편지
복지관으로 세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세 분의 어르신께서 산책 소모임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더운 날씨이지만 다른 어르신과 일상 대화 나누며 산책하자 말씀드렸습니다.
힘드시지 않을까 걱정되었던 담당자를 안심시켜주시는 어르신들입니다.
"선생님. 걱정하지마. 내가 밥 잘 먹고 나서 지금은 잘 걷고 운동 좋아해.
이렇게라도 걸으니 얼마나 좋아?" (김 씨 어르신과 통화 내용 중)
"윤 선생님. 나는 복지관에서 어디 가자고 하면 그렇게 신이 납니다.
지금은 상황이 그래서 자주 못그러지만, 이런 일 있을 때 꼭 빼먹지 말고 말씀해주세요." (이 씨 어르신과 통화 내용 중)
한 분은 개인 사정으로 오시지 못했고,
두 분과는 드림타운 아파트 슈퍼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일찍 서둘러 나간 담당자가 슈퍼 앞에서 두 어르신과 만난 시간은 2시 2분.
역시 부지런한 어르신들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어르신, 벌써 오셨어요?"
"나는 성격이 이래서 기다리는게 훨씬 낫지. 누구 기다리게는 못해요."
"나도 그래요. 나는 항상 일찍 나와서 기다려요."
행복식당 어르신들도 슈퍼 앞에서 만나셨습니다.
김씨 어르신 두 분, 이씨 어르신, 최씨 어르신이 슈퍼 앞에 전부 모이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번 나들이 때 뵀었죠?"
"반가워요. 또 만나니 반갑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김씨 어르신 계시지요?"
드림타운에서 벽산아파트 방향으로 올라가는 어르신 뒷모습
산책로 올라가는 길, 드림타운 아파트에서 벽산아파트 방향으로 올라갔습니다.
국사봉 산책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벽산아파트.
벽산아파트 사시는 김씨 어르신까지 모두 만났습니다.
다섯 어르신의 산책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소 더운 날씨에 어르신들이 지치시진 않을까 염려되었습니다.
찬 물 한 병씩 나눠드리고 출발했습니다.
시작 전, 최씨 어르신께서 다른 네 분의 어르신께 제안하셨습니다.
"잠깐만요. 좋은 정자 하나가 있어요. 벽산아파트에.
힘드실테니 거기 잠깐 앉아있다 갑시다."
뜨거운 땡볕에 벽산아파트까지 올라온 다른 어르신들을 위한 최씨 어르신의 좋은 아이디어 입니다.
최씨 어르신 덕분에 그늘진 벽산아파트 정자에 잠깐 앉았다가
목적지인 국사봉 산책로로 향했습니다.
국사봉 산책로 진입 전에 있는 국사봉 체육관에 도착한 어르신들
국사봉 산책로에 다왔습니다.
초록 나뭇잎이 산책로 계단의 볕을 가려줍니다.
어르신들이 거니시던 산책로 그늘
국사봉 체육관 앞에서만 해도 따갑던 볕이 산 안쪽으로 들어오니 시원합니다.
"산 안으로 들어오니 기분이 좋네요.
이렇게 그늘도 지고. 산은 참 좋은 곳이에요."
김씨 어르신과 이씨 어르신의 산책
"평소 등산을 좀 하시나봐요?"
"네. 저는 매주 화요일마다 산에 갑니다."
"등산을 그리 꾸준히 하시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다니지 않았으면 내가 건강하지 않았을거에요."
등산 중이신 어르신들
어르신들간 즐거운 대화가 오고 갑니다.
조금 올라가다 쉬고,
조금 올라가다 앉고,
조금 오래걸리지만 여유로운 산책입니다.
"어르신은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올 해 여든 여섯입니다."
오르막길 잠시 쉬며 이야기 나누시는 모습
"아이고.. 잘 걸으셔서 그렇게 안뵀는데, 형님이시네!
드림타운 사시니 형님이라 할게요."
"그래요 좋아요."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어느덧 국사봉 산책로 정상에 왔습니다.
좋은 정자가 다섯 어르신을 기다리듯 비워져있습니다.
"우리 식당 사람들 산책 올 때는 정자에 바글바글 하더니, 오늘은 사람이 없네요."
"오늘은 우리가 운이 좋아요."
국사봉 산책로 정상의 정자에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
"오늘 산책하신 것처럼 행복식당 어르신들은 자주 산책하셨었대요.
어떠셨어요? 어르신 두 분은 힘들지 않으셨어요?"
"저는 매주 산을 오르니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나도 하나도 안힘들어요. 집에 있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낫지요."
행복식당 어르신께서 이야기를 듣고 말씀하십니다.
국사봉 산책로 정상의 정자에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
"종종 오자고 하세요. 자주 얼굴 뵙게요."
정자에 앉아 여유있게 이야기 나누니 참 좋은 시간입니다.
한편, 옆에서는 예쁜 산책로에 놓여진 의자에서
독사진을 찍어달라 하셨습니다.
"어머니, 너무 곱게 나오셨어요."
"사진만 찍으면 머리가 이렇게 나와요. 속상하게.
오늘 바람이 안부니 참 그렇네. 어때요 사진?"
산책로에서 내려오며 담당자가 어르신들께 제안했습니다.
"어르신들 이렇게 만나신 것도 참 반가운 일인데요.
함께 모이셔서 사진 찍으시면 어때요?"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어디 서서 찍을까요?"
단체 사진 촬영을 위해 준비 중인 어르신들의 모습
"형님 우리 팔짱 끼고 찍읍시다."
"좋아요."
내려오는 길 한 어르신께서 다른 어르신께 제안했습니다.
"여기 선생님들은 가라고 하고 남아서 재미난 시간 보낼 분 있어요?"
"아쉽네요. 오늘은 오후에 어딜 가야하는데…."
"아니면 우리 집에서 커피 마시고 가요."
오늘 만난 것이 삼삼오오 나들이 이후로 두 번째이지만
산책으로 가까워진 어르신들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산책 소모임 첫 번째는 이렇게 끝났지만,
다음 소모임 날에 다시 만나기로 다섯 명의 어르신께서 약속하셨습니다.
더운 태양 볕이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좋은 시간 함께 보내니 활기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7, 8월 산책 소모임은 폭염으로 잠시 쉬지만
다른 주제 소모임에서 반갑게 또 만나뵙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