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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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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나은 여름 단기사회사업 실습선생님

 

 

여름, 땡!

 

디데이 아침이 밝았습니다. 맑은 하늘과 화창한 날씨가 행사를 더욱 기대하게 만듭니다. 

 

우선 기획단 아이들은 행사 시작 시간보다 일찍 아지트에 모여 준비물을 점검합니다. 

여름땡 운동회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각자 준비한 준비물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준비물 점검을 마치고, 행사 시작 전 각자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준비를 이어 합니다. 

 

2부 행사도 미리 준비합니다. 운동회를 마치고 갑을 아파트 정자로 이동해 전을 부쳐 먹을 계획입니다. 

물론 우리만 먹진 않고, 여러 장 부쳐 감사했던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 쪽지와 함께 나눠드리기로 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인사 드리고 싶은 어른들을 떠올립니다. 

가장 먼저 부모님을 떠올리고, 그 다음은 자주 가는 마트 사장님, 그 다음은 공부방 선생님... 

무슨 내용으로 편지를 쓰려나 궁금해서 어깨 너머 구경하려고 했더니, 둘만의 특별한 비밀이 있다며 꽁꽁 가리고 편지를 쓰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각자의 귀한 마음을 손바닥만한 포스트잇에 꾹꾹 눌러 담습니다. 

 

폭염속의 아이들 활동사진 (9).jpg

아이들이 쓴 쪽지

 

 

점심을 먹고, 보라매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적당한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짐을 풉니다. 

행사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이 하나 둘씩 얼굴을 비춥니다. 

다른 행사에서 만났던 반가운 얼굴도 있고, 오늘 처음 보는 얼굴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일 기대하는 게임이 뭐냐 물으며 행사 시작을 함께 기다렸습니다. 

 

기획단 아이들의 친구들도 오나봅니다. 

아지트에서 열심히 회의하던 모습만 보다가, 또래 아이들과 장난치는 모습을 보니 느낌이 다릅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오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는 기획단 아이도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자신이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놀릴 것 같다며 진행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뒷쪽으로 물러나 아이와 단둘이 이야기해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행사 개회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고, 얼른 진행자를 확정지어야 했습니다.

결국 그 게임은 실습 선생님이 아이 대신 맡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에는 변수가 참 많습니다. 

어느 날은 어른보다 더 의젓한 모습을 보이던 아이가 다른 날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토라져 있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 변화의 폭이 너무 커서 아이의 모든 감정이나 심리를 헤아리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지도자로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시간을 들여 아이의 모든 말에 공감해주며 헤아리는 것,

또는 빠른 진행을 위해 이를 애써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직도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맞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제 선택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렇게 얼음땡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전체적인 행사 진행은 준아가 맡았습니다. 

게임을 같이 하게 될 팀을 나누고, 같은 팀끼리 줄을 서게 합니다. 

늦게 온 친구가 생겨 팀을 못 정한 경우에는 선생님들끼리 의논하기보단 준아에게 묻습니다. 

어느새 선생님들보다 준아가 팀별 상황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폭염속의 아이들 활동사진 (1).jpg

뒤늦게 참여한 아이의 팀배정을 돕는 준아

 

얼음 빨리 녹이기, 물병 던져 세우기, 대야에 물 옮겨 담기.. 

더위도 잊은 채 게임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행복해보입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아는 친구가 없어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게임을 하며 금세 어울립니다. 

 

폭염속의 아이들 활동사진 (5).jpg

얼음 녹이기 게임 중인 아이들

 

폭염속의 아이들 활동사진 (4).jpg

물병 던져 세우기 게임 중인 아이들

 

다음은 보물찾기입니다. 나은이는 다른 친구들이 게임을 하고 있을 동안, 장소를 미리 옮겨 놀이터 곳곳에 미리 만들어 둔 보물 쪽지를 숨겨놉니다. 

그런데 미리 만들어둔 40여개의 쪽지를 모두 숨기지 않고, 몇 개는 손에 가지고 있습니다.

 

“선생님, 5개는 남겨두려고요.”

“왜? 여기에 다 숨기는 거 아니었어?”

“보물을 못 찾은 친구도 있을 테니까, 그 친구들은 저랑 가위바위보 해서 저를 이기면 쪽지를 하나 주려고요.” 

 

나은이의 예상대로 보물을 한 개도 못 찾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보물찾기가 익숙한 고학년 친구들은 두세 개도 금세 찾아왔지만, 

저학년 친구들은 보물을 찾기 어려워했습니다. 

 

보물을 찾지 못해 속상해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나은이가 먼저 말을 겁니다. 

 

“가위바위보 하자. 이기면 보물 하나 줄게.”

 

가위, 바위, 보! 이런, 나은이가 졌습니다. 

나은이는 기분 좋게 보물 쪽지 하나를 아이에게 건넵니다. 

꽝! 아쉽게도 그 쪽지는 꽝이었습니다. 

 

결과를 같이 확인한 나은이는 아이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줍니다. 

가위, 바위, 보! 이런, 이번에도 나은이가 졌습니다.

나은이는 쪽지 하나를 더 건넵니다. 

칙촉! 이번엔 다행히 꽝이 아닙니다. 

 

보물을 찾지 못한 아이까지 생각하는 나은이의 마음이 예쁘고 기특합니다. 

 

폭염속의 아이들 활동사진 (3).jpg

보물을 찾고 기뻐하는 아이

 

 

보물을 다 찾은 아이들은 페이스페인팅을 받으러 갑니다. 

오늘의 페이스페인팅을 위해 준아와 슬이는 친구까지 섭외했습니다. 

준아와 슬이는 리얼한 상처분장을, 준아와 슬이의 친구는 볼펜으로 귀여운 그림을 그려주기로 합니다. 

그 퀄리티가 어찌나 좋은지, 상처분장을 받은 아이들의 사진을 본 어머니들은 놀라서 전화하시기도 했습니다. 

 

 

폭염속의 아이들 활동사진 (6).jpg

준아와 슬이의 상처분장을 받은 아이들

 

준아와 슬이의 재주가 참 신기하면서도, 다른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 동안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것 같아서 걱정도 되었습니다. 

힘들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도 열심히 하는 준아와 슬이가 참 대견했습니다.

 

 ‘정말 힘들었지만 내가 해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는 과업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신 부장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어쩌면 준아와 슬이에게는 페이스페인팅이 그런 과업이 아니었을까요.

페이스페인팅을 마치고 뒷정리를 하며 어땠는지 물어봤을 때,

힘들기는 하지만 뿌듯하기는 하다고 말한 아이들의 모습이 귀합니다. 

 

장소를 옮겨 판뒤집기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는 건이의 차례입니다.

오랜 시간 기다리느라 지쳤을 법도 한데, 연습한 대로 게임 룰 설명을 척척 잘 해내는 건이가 기특합니다.
건이가 만든 판뒤집기 규칙에는 싸운 사람은 5분간 게임에서 제외되는 규칙이 있습니다.

경기 도중 작은 다툼을 일으킨 친구가 있었는데,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반칙을 외치는 건이의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건이의 진행 덕분에, 판뒤집기도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폭염속의 아이들 활동사진 (7).jpg

열심히 판뒤집기 게임에 참여하는 아이들

 

마지막으로 미션 이어달리기입니다. 중간 중간 미션을 수행하며 진행하는 계주입니다.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2인 3각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두 명씩 짝을 지어 달려야 하는데, 짝을 찾지 못한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간 중간 미션을 없애고, 마지막 미션인 사람 찾기 미션만 살리고 게임을 재개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언제 싸웠냐는듯, 아이들은 다시 열심히 달립니다. 

그렇게 이어달리기를 마지막으로, 여름땡 운동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폭염속의 아이들 활동사진 (8).jpg

이어달리기 중인 아이들

 

“나은쌤, 사랑해요!”

 

행사를 마친 준아가 기분이 좋은지, 선생님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행사의 이런 저런 부분을 보조하느라 일지에는 자세히 적지 못했지만, 이 날 준아는 전체 진행자로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전체 진행을 맡아 게임의 규칙을 잘 이해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규칙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보물 찾기 시간에는 아이들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더운 날씨에 지친 아이들을 달래주기도 했습니다. 

준아 정말 수고 많았다고, 오늘 끝나면 꼭 말해주어야지 생각했었는데

준아가 먼저 선생님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 때 준아의 표정은 무언갈 해낸 뒤 느끼는 뿌듯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 준아가 무척이나 기특했습니다. 

수고했다고 안아주려는데, 갑자기 다른 기획단 아이들과 여름땡 아이들이 몰려와 서로를 안아줍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행사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서로 축하해주었습니다. 행사가 끝나도 그 여운은 오래 갈 것 같습니다.

 

 

폭염속의 아이들 활동사진 (2).jpg

서로를 안아주며 행사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념하는 아이들

 

 

맛있는 건 나눠먹어야 해요! 

 

한낮의 태양 아래 스무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회를 진행하는 건 어른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기획단 아이들은 그걸 해냈습니다. 그리고 지쳤습니다.

운동회를 마치고 아지트에 도착한 준아의 표정이 좋지 않아보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전 부치기 활동을 기획할 때 준아는 잠시 엎드려 있겠다 합니다.

 

전 부치기 활동, 지역사회 관계 구실 만들고 관계 살리기에는 좋은 활동이지만

혹여나 그런 좋은 구실을 핑계로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습니다. 

 

"그러면 우리 이것까지 정하고 나갈까?"

"저는 시간이 없어서 빨리 가야하는데요. 빨리 부쳐서 관장님 가져다 드리고 싶은데."

 

그리고 그건 곧 기우였다는 걸 금방 깨달았습니다.

일정이 있는 아이들은 부침개 한 장이라도 부치고 집에 가고 싶어했습니다.

운동회 때문에 피곤하고 지친 건 맞지만, 그게 전 부치기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는 힘들어도 재미있는 일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런 건 어른들의 모습과는 달라 보였습니다. 

 

서둘러 갑을아파트 정자로 이동했습니다.

준아는 하늘이 너무 예쁘다며 하늘을 배경으로 선생님들 사진을 찍어주고 싶어했습니다.

준아는 사진을 참 잘 찍습니다.

준아의 핸드폰 속에 운동회로 지치기도 했지만 전 부치기 활동이 기대가 되는 마음이 한 컷에 담겼습니다.

 

 

 

갑을아파트 정자의 평상은 꽤 넓었습니다. 돗자리를 깔고, 준비물을 펼칩니다. 

아이들이 챙겨온 각종 재료와 조리도구, 선생님들이 챙겨온 프라이팬과 버너가 평상을 채웁니다.

 

준아와 슬이, 그리고 운동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수정 선생님, 승헌 선생님과 함께 김치전을 만들기로 합니다.

나은이와 유승이는 저와 교진 선생님과 함께 감자전을 만들 준비를 합니다.

이가영 선생님의 외할아버지가 농사짓고 건이가 뽀득뽀득 씻은 감자를 나은이와 유승이가 깎았습니다. 

 

"우리 집은 감자 껍질 째 먹는데."

"선생님네 집도."

 

껍질을 깎다 지친 나은이는 말합니다. 그 말에 대꾸하는 교진 선생님도 감자 깎기가 슬슬 지쳐가나봅니다.

 

"그래도 다른 분들이랑 같이 먹는 거니까 깨끗이 깎아야겠지?"

 

이가영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가영 선생님은 감자칼 사용법이 서툰 아이들에게 감자칼 쓰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나은이와 유승이가 깎은 감자를 생수로 깨끗이 씻어 채칼로 썰었습니다.

나은이네 할머니가 알려주신 감자전 레시피는 특이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강판에 감자를 갈아 밀가루나 부침가루 따위를 섞지 않고 바삭하게 부쳐먹는 감자전과 달리,

나은이네 감자전은 채 썬 감자를 묽은 밀가루 반죽과 섞어 약불에 은근하게 구워냅니다.

채 썬 감자는 금세 수북하게 믹싱볼을 채웁니다.

 

나은이와 손을 씻으려 나은이네 집에 갔습니다.

나은이 할이버지는 웃는 얼굴로 저희를 반겨주셨습니다.

당신께선 손만 씻고 나갈 생각이던 나은이에게, 밀가루 반죽은 뭘로 섞을 생각이냐고 물으셨습니다.

나은이가 아마 숟가락이나 국자로 섞을 것 같다고 답하자,

그걸로 반죽을 어떻게 섞을 생각이냐며 주방 서랍에서 거품기를 챙겨가라고 하십니다.

나은이는 고급 도구가 생겼다며 좋아했습니다.

둘레 사람의 도움 하나하나가 모여 갑을아파트 정자는 꽤 그럴싸한 공유주방이 되어갑니다.

 

밀가루와 물을 넣고 감자전 반죽을 만들었습니다.

유승이가 밀가루를, 나은이가 물을 계량하면 선생님이 거품기로 반죽을 섞습니다.

만들어진 반죽에 채 썬 감자를 넣고 한 번 더 섞습니다.

버너 위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기름을 두릅니다.

나은이가 국자로 반죽을 크게 떠 프라이팬 위에 둘렀습니다. 맛있는 빗소리가 퍼집니다.

 

나은이는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어했습니다.

요리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교진 선생님께 자기가 반죽을 프라이팬에 두르는 모습을 찍어달라합니다.

그마저도 성에 안찼는지, 자기가 직접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습니다.

 

"저는 지금 감자전을 만들고 있고요..."

자기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하기까지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유튜버 같았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요리가 꼭 하나의 놀이 같아 보였습니다. 

 

감자전이 노릇노릇 익자, 나은이가 직접 뒤집개로 감자전을 뒤집었습니다.

나은이는 뒤집기가 재미있었는지, 아니면 감자전이 빨리 익기를 기다렸던 건지 감자전을 여러번 뒤집습니다.

 

그 사이 김치전은 두 세장이 완성되었습니다. 김치전에 비해 느리게 익는 감자전을 보며 나은이는 말합니다.

"저는 할머니가 알려주신 대로 약불로 구울 거에요. 약불로 익히는 것도 인내라고 생각해요."

그런 나은이가 멋있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나은이는 감자전을 부치며 인내를 배웁니다.

 

그렇게 첫번째 감자전을 완성했습니다.

동네 사람과 나누기 전, 맛을 보기 위해 기획단 아이들과 나눠먹어봅니다.

 

"야, 진짜 맛있는데?"

"오 맛있다!"

 

다행히도 감자전이 입에 잘 맞았나봅니다.

그 뒤 몇 번 더 감자전을 먹었었는데, 나은이는 역시 처음만한게 없다고 전에 먹은게 더 맛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김치전과 감자전을 구워 나눠먹던 중, 한 어르신 분께서 정자를 찾아오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이곳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늦은 저녁 시끄럽게 요리하고 있는 모습이 걱정이 되니, 조금만 주의를 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어디서 나오셨어요?"

"저희 강감찬복지관에서 나왔습니다."

 

어르신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얘기를 좀 더 나누다, 어르신이 이곳, 7통의 통장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복지관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통장님은 저희를 무척이나 반기셨습니다. 통장님은 정자에 있던 선풍기도 손수 틀어주셨습니다. 

 

폭염속의 아이들 활동사진 (10).jpg

아이들을 위해 정자의 선풍기를 직접 틀어주시는 7통 통장님

 

"어린 애들이 이렇게 노는 모습이 보기 좋으네!" 

 

혹여나 동네 분들에게 혹여나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 되었는데, 오히려 이렇게 반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된 것도 인연인데, 통장님께 갓 구운 김치전과 감자전을 나눠드리기로 합니다. 

감사하게도 통장님은 아이들이 구운 전들을 이웃 분들과 맛있게 드셔주셨습니다. 어쩜 이렇게 잘 구웠냐며,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나요. 칭찬 받은 아이들도 덩달아 신납니다.

굽기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은 프라이팬 앞에서 나올 생각을 하질 않습니다.

전이 입에 잘 맞으셨는지, 어르신들께선 막걸리도 사오셨습니다. 

어르신들의 수다 소리와 전이 바삭하게 구워져가는 소리로 늦은 저녁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갑니다. 

 

관계의 힘이라는 게 이런 건가 봅니다.

 

아이들이 함께 부치고 나눠드린 김치전과 감자전이 계기가 되어 7통 통장님과의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가 구실이 되어 다른 주민들의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정자에서 요리할 수 있게 합니다.

그렇게 구운 김치전과 감자전을 또다른 지역 주민 분들께 나눠드리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지금 굽고 있는 이 전은 아이들에게 또 어떤 새로운 관계를 가져다 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음 반죽을 프라이팬에 두릅니다.

 

그렇게 한참을 구웠을까요, 이번에는 준아 어머님이 정자를 찾아오셨습니다.

친구들과 실습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준아를 칭찬합니다. 

 

"준아가 김치전을 얼마나 잘 굽는지, 동네 할머니 분들도 김치전이 아주 맛있다고 좋아하셔요." 

"준아가 잘 굽긴요. 다 준아 친구들이 불 조절을 잘하고 전을 잘 뒤집어서 그렇죠." 

 

준아 칭찬 세례가 부끄러우셨는지, 준아 어머님은 그 공을 모두 다른 친구들에게 돌립니다.

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행복해하셨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준아 어머님께도 맛있게 구운 김치전과 감자전을 나눠드렸습니다. 

 

"준아야, 집에서 이런 것도 좀 해봐." 

준아가 부친 전이 입맛에 잘 맞으셨나 봅니다. 준아 어머니가 준아에게 장난스럽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 집에 가면 엄마가 계속 이거 시킬 것 같아요 큰일났어요!" 

그런 어머니의 말이 싫지는 않나봅니다. 준아도 장난스럽게 받아칩니다.

 

아이들은 전을 굽자마자 자꾸 나눠주려 합니다.

부치자마자 사라지는 전을 보며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너네 그러다가 나중에 주기로 한 사람들 다 못 주면 어떡하려고!"

"괜찮아요 쌤. 맛있는건 나눠먹어야 해요."

맛있는 게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눠먹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어떡하면 좋을까요. 그 마음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운동회때는 힘들었는데 전이 너무 맛있어서 행복해요."

"게임보다 이게 더 재미있어요."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요. 저녁도 못 먹은 상태였는데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전을 부치는 내내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리고 그 행복과 감사를 말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들을 보며 배고픈게 뭔지 잠시 잊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날의 여름밤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누군가에게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보람찬 일이라니!

시간이 지난 후, 이 날 밤을 추억하게 될 아이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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