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집 장 가르는 날
우리 동네에는 멋들어진 감나무가 마당 가득한 집이 있습니다.
바로 연옥 어르신 댁입니다.
오늘 둘레 이웃들과 장 가르기 한다는 소식 듣고 찾아뵀습니다.
어르신 댁 대문 열고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반겨준 사람은 둘레 이웃 허중 님입니다.
보자마자 비타500을 건네주는 허중 님의 모습이 평소 연옥 어르신과 꼭 닮았습니다.
“나는 일할 때, 이 비타500 한 병 마시고 시작하면 힘이 하나도 안 들어”
연옥 어르신이 복지관에서 김치 담글 때 비타500 사 와서 둘레 이웃들과 두루 나누던 모습을
허중 님이 기억하고 저에게도 한 병 건넸습니다.
마당에 핀 이름 모를 노란색, 보라색 꽃에서 짭조름하게 구수한 향기가 진동합니다.
시골 사는 언니가 보내준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두 달 동안 항아리에서 숙성시켰습니다.
오늘 그 메주를 꺼내 장 가르기를 합니다.
메주를 큰 대야에 넣고 으깨는 일은 여간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연옥 어르신이 올해 장 가르는 일 엄두 낼 수 있었던 건 허중 님과 주호 님 때문입니다.
장독대에서 메주 나르고, 으깨고, 삶은 보리와 콩, 메줏가루, 소금 따위를 넣고 버무리는 일을
연옥 어르신이 시키는 대로 허중 님과 주호 님이 척척해냅니다.
“어제는 꿀잠 잤어요. 텃밭에서 일했더니 고단했나 봐요.
의사 선생님이 약으로도 잠을 못 자는데 신기하다고 웃으셨어요.
계속 몸을 고단하게 하래요. 그래야 생활패턴이 고쳐진대요.
오늘도 꿀잠 잘 것 같아요. 하하하”
오늘 장 가르는 일이 주호 님에게는 어떤 약보다 효과 좋은 명약이 될 것 같습니다.
가을쯤, 메주를 건져낸 물은 맑은 간장이 되고 걸러진 건더기는 햇된장이 됩니다.
2년 이상 숙성시키면 간장과 된장이 더욱 맛있다고 합니다.
연옥 어르신과 허중 님, 주호 님의 인연이 2년을 넘어갑니다.
그동안 연옥 어르신이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이 들어간 음식들이 왜 그리 맛났는지 알았습니다.
사
랑
이
었
습
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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