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활동 시작하기 2~3달 전에 말해주세요. 제대로 준비해보고 싶어요.”
무더운 여름 백기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대나무 물총과 통발을 만들어주셨습니다.
활동이 끝난 후 더 제대로 해보시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신 백기호 선생님.
아버님과 이번 겨울에도 마을선생님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겨울 활동을 구상하며 백기호 마을 선생님은 겨울철 놀이 추억을 한가득 꺼내주십니다.
“겨울에 추우니 냇가가 얼잖아요. 나무로 팽이 깎아 만들어서 빙판에 돌리며 놀았어요.”
“팽이는 칼을 써야 해서 아이들이 만들긴 위험해요”
“옛날에는 쌀 포대가 있었어요. 지금 쌀 포대는 종이인데 옛날에는 달랐어요. 눈 오면 그거 타고 놀았지”
“연도 날렸죠. 나무 깎고 풀 붙여서 만들었죠. 꼬리를 길게 달아야 멋있어요.”
“연은 뒷산에 대나무 있어요. 죽어서 쓰려져 있는 거 가져와서 제가 깎아 놓으면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뒷산에 올라가봐야겠네요.”
겨울놀이 추억 한보따리 이야기하시다 연 만드는 재료까지 구상까지 끝났습니다.
아이들과의 만남 전, 아버님은 뒷산을 오르내리며 재료를 구하셨습니다.
다리를 수술해 성치 않으신 무릎으로 산 오르내리기 쉽지 않으실 텐데, 운동삼아 다니니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문방구에 들려 연 만들기에 필요한 한지, 얼레도 사두셨습니다.
“만들어보니 방패연은 아이들이 만들기도 힘들고 날리기도 어려워요. 가오리연으로 만들어요.”
“크기가 너무 큰 거 보단 이정도 사이즈가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시겠다며 연구에 또 연구를 거듭하시며 연날리기 활동 준비하셨습니다.
"아이고, 연 날리다가 네가 날아가겄다."
연 만들기 참여하는 우리 아이들, 마을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 전합니다.
문을 열자마자 서있는 작은 아이들을 보면서 웃으시며
“아이고, 연 날리다가 네가 날아가겄다.”
마을선생님이 준비한 연 재료들이 귀여운 아이들을 만났다는 사실에 반가워 하십니다.
"우리는 방패연 아니고 가오리연. 방패연은 니네들이 만들기에 너무 어려워."
아이들에게 우리가 만들 연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마을선생님,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귀담아 듣습니다.
“대충 알려주면 되지! 뭘그래~”
퉁명스럽게 말씀하시지만, 집 앞까지 찾아온 우리 아이들을 위해 냉장고에서 간식 꺼내오셔서 빵 개수부터 확인하십니다.
아이들은 괜찮다 말하면서도 환한 얼굴로 받아듭니다.
마음이 닿은 연 만들기 날
"앉아봐. 다들 연 만들어보자고."
선생님의 지휘에 맞춰 모두가 재료를 준비합니다.
기관에 다 있는데... 혹시나 하셨는지 풀, 송곳, 가위까지 모두 준비해오셨습니다. 가방이 선물보따리처럼 느껴집니다.
"네가 찬이냐?"
"전 은찬이인데요..."
"그래. 우리 손주 이름도 찬이야."
"찬이..."
"찬이들은 다 말썽만 피우는 줄 알았는데 넌 차분하구만."
"다들 잘 하네. 똑똑한 애들이야."
뚝딱뚝딱 해내는 아이들이 대견한지 칭찬을 하십니다.
아이들도 곧잘 따라옵니다.
"이거 왜 달아요?"
연 옆에 날개를 달며 아이들이 묻습니다. 처음에는 어르신을 무서워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질문도 합니다.
연에 얼레까지 어르신이 손수 도와주십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내 손으로 연을 뚝딱 만들었습니다.
요즘 초등학생 중 몇 명이나 내 손으로 연을 직접 만들어 봤을까요?
아이들은 돈을 주고도 얻지 못할 값진 추억을 얻었습니다.
연 날릴 장소를 알아봅니다.
여행을 가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장소를 물색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디를 가는게 좋겠냐고 묻자 은찬이는 공원이라고 하고 수빈, 수영이는 보라매공원이랍니다.
"두 정거장 밖에 안돼. 가까워."
보라매병원을 자주 가는 마을 선생님이 옆에서 말씀해주십니다.
다리가 불편해 함께 가주시지 못한 아쉬운 마음이 겉에 맴돕니다.
연(鳶)을 통해 연(緣)이 닿다.
"날도 추운데 뭐 오늘같은 날에 연을 날리러 간다 그러냐..."
다리가 불편하셔서 연을 날리러 같이 못 가심에도 아이들이 연을 날리지 못할까, 걱정되어서 친히 와주셨습니다
"실을 잡을때 손에 엉키게 잡지말어. 생각보다 이게 날카롭다고. 손 베면 큰일나."
"애기들 손은 약해서, 큰일 나."
아이들 손 걱정을 연거푸 해주셨습니다.
처음은 쉽지 않습니다. 바닥으로 계속 연이 추락합니다.
아이들은 넓은 운동장을 뛰며 연 날리기에 몰두합니다.
연 날리기에 성공했지만, 계속 연이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공원 한 가운데서 연을 날리고 있는 고수님이 보입니다.
수빈이 용기내 마을선생님 즉석 섭외합니다.
"저... 연 높이 날리고 싶은데. 계속 떨어져요... 방법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아가, 연 윗 부분 줄이 너무 짧어. 아저씨가 조절해줄테니까 기다려봐."
그렇게 몇 번 손을 움직이시며 연을 띄우셨습니다.
꽤 공중에 오래 있는 연에 수빈이가 넋을 놓고 있자 말하십니다.
"이렇게 줄을 왔다, 갔다 하면 바닥에 안 떨어져. 알겠니?"
"감사합니다."
한시간 넘게 흠뻑 뛰어논 아이들 이제 제법 연 날리기 선수가 되었습니다.
"설날에 또 연날리기 할 거야?"
"너무 좋다."
"새로 산 연은 막내 주자. 우리가 이 연 쓰고."
예쁜 그림이 그려진 파는 연 보다 내가 만든 연을 더 좋아합니다.
연을 날리는게 너무 재미있었고 추억이 되었다고 합니다.
추운 날씨, 패딩을 벗어던지고 아이들이 뛰어놀았습니다.
떨어져도 연을 올리고, 다시 올립니다.
달리다보니 숨이 벅차 공원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했고 넘어지기도 했지만 빨리 털고 일어나 다시 연을 날립니다.
우리아이들 마을 선생님 덕분에 훨훨 높이 날아가는 하루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