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봉 산책로가 지금 너무 예뻐요.
딱 이 계절에만 느낄수 있는 푸릇 푸릇한 잎새들이 정말 예쁘답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가보면 좋겠습니다."
김창식 어르신의 추천으로 국사봉 산책로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기대감을 한껏 품은 산책동아리 진행일에 하필이면 비가 내렸습니다.
가까운 뒷동산이어도 어르신들이 넘어지실수도 있으니
산책 일정을 어떻게 하실지 조심히 여쭤보았습니다.
어르신들은 비가 많이 오는건 아니니 조심히 다녀오자고 하셨습니다.
복지관에서 비옷을 준비하고 어르신들과 만나 삼삼오오 산책을 나갔습니다.
부슬부슬 봄비가 '토도독 톡!'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정겹습니다.
촉촉한 비에 흙내음, 풀내음이 더 진해졌습니다.
고령의 어르신이 힘드시지 않도록 천천히 걸었습니다.
정자가 나오면 쉬어가고, 힘들면 서로 업어주겠다시며 농담도 던지십니다.
“비가 와서 산책을 못가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나는 요즘 병원에서 자꾸 운동을 해야 한다고 그래요.
이렇게 함께 나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집 앞에 국사봉 둘레길이 한눈에 보여도 막상 나서려면 영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는데,
이렇게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오늘 정상까지 가고 싶어요.”
바닥으로 떨어진 벚꽃잎들이 너무 이뻤습니다.
다음 주에 오면 철쭉이 만연하겠다며, 오늘 함께 못온 어르신들과 다시 오자고 하십니다.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푸릇이 올라온 봄의 기운을 느껴보세요.
그리고 이 공기를 맡아보세요. 저 아래 공기하고는 차원이 다르지요.
비가 오니까 사람들도 없고, 참 좋지 않나요?”
비때문에 함께 참여하지 못한 어르신께서 안타까운 마음에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집에만 갇혀 지내다보니 피로감만 쌓이고
산책이라도 다녀오면 건강과 기분이 좋아지는데...”
많이 서운해 하시는 어르신께 국사봉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내드렸습니다.
우울한 마음이 싹 가신다는 답장을 주셨습니다.
비오는 날을 시작으로 어르신들은 매주 산책을 다니고 계십니다.
소소한 일상이 어르신들께 큰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