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여행사>
여러분은 어떻게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시나요?
여행을 떠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 계획해서 다녀올 수도 있고,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선택해서 다녀올 수도 있지요.
여행사를 통한 여행은 비용만 지불하면 여행지 안내와 교통, 식사, 숙박, 관광 등
여행사에서 여행의 전반을 책임지기에 아주 편합니다. 사람들이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다녀오는 이유입니다.
여행사는 사람들이 여행 상품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매력적으로 여행을 기획하고,
잘 준비하여 홍보합니다.
그리고 계획한 대로 여행자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여행을 다녀오도록 돕습니다.
그런 여행사를!!
올여름 성현동의 네 명의 아이들이 직접 차렸습니다.
아이 한 명이 여행사 대표가 되어 두 개의 여행상품을 기획했고, 설명회를 열어 여행자를 모집했습니다.
여행자들이 자신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여행 상품을 선택했습니다.
소수의 여행자들과 여행사 대표는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며 즐겁게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익숙한 곳을 떠나, 오래 걷고, 높이 날았던 성현동 아이들의 여행기를 소개합니다.
<어린이 여행사 대표들의 기획>
학기 중에는 ‘길 위의 학교’라는 이름의 여행동아리를 진행했습니다.
여행 동아리로 활발히 활동했던 고학년 아이들에게 어린이 여행사 기획단을 제안했습니다.
태현이, 혜리, 규민이, 윤서가 여행사 대표로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사회복지학과 대학생 임지현, 홍유진 실습 선생님이 아이들을 개별로 만나며 도왔습니다.
저마다 의미를 담은 여행사 이름도 정했고, 각자 기대하는 바도 나눴습니다.
-김태현: 현현 여행사
“여행을 하다가 재밌을 때도 있고, 더워서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좋잖아요.
그것처럼 친구들이 여행을 다시 생각했을 때 좋은 추억이 되면 좋겠어요.”
-조윤서: 민들레 여행사
“민들레가 여기저기 훨훨 나는 것처럼, 여러 곳을 여행 다니고 싶어요.”
-조혜리: 신비투어
“신비한 모험으로 가득한 여행이면 좋겠어요.”
-모규민: 모규민의 여행학교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쌓으면 좋겠어요.”
여행사 대표들이 여행지를 신중히 정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는 서울 근교. 코로나로 위험하니 웬만하면 야외인 곳.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곳.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 친구들이 가고 싶어할만한 곳. 오전 중에 문을 여는 곳…
서울 동물원, 식물원, 남산, 자매공원, 한강공원, 관악산, 낙성대 공원.
이렇게 여행지를 정했고, 필요한 준비물과 시간, 일정, 안내글이 담긴 홍보문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zoom으로 여행사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여행사 대표들이 자신의 여행상품을 홍보하면,
동네 아이들이 자신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여행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행사 대표들이 대본도 쓰고, 리허설도 하며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설명회 당일, 많은 아이가 참여했습니다.
여행사 대표들이 떨리지만 담대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많이 참여해주세요~~”
“재미있고 많은 추억을 남길 거예요.”
설명회에 참여한 아이들이 직접 여행 상품을 골랐습니다.
순식간에 여행 상품들이 마감했습니다.
“너무 좋아서 눈물 날 것 같아요.”
여행 상품이 가장 빨리 품절된 윤서가 좋아서 눈물 날 것 같다며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여행자 모집까지. 여행을 떠나기 전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여행을 떠나요!>
계획한 대로 아이들은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사 대표들은 여행지에서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어주며 여행자들을 살피고 안내했습니다.
“형 이런 모습 처음이야.”
태현이의 여행에 함께한 동생 이현이가 책임지고 이끄는 형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현현 여행사-김태현/ 서울식물원, 서울동물원 여행>
“윤서에게 고마워요. 이렇게 모일 수 있게 열심히 해준 덕분에 재미있었어요.
다 같이 놀아서 안 힘들고, 이런 기회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어요.”
민들레처럼 훌훌 날아다닐 수 있게 도와준 윤서에게 아이들이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민들레 여행사-조윤서 / 남산여행>
“선생님이 여행계획을 다 짜는 줄 알았는데, 혜리 언니가 다 했다는 게 신기해요.”
여행 계획을 혜리가 다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아이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고,
“언니들이랑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여행으로 몰랐던 언니들과 친해져서 좋았다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신비투어-조헤리/ 자매공원, 한강공원>
“선생님. 오랜만에 13000보나 걸었어요.”
관악산 정상을 찍고선 온 몸이 땀범벅이 된 규민이는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연신 뿌듯해했습니다.
<모규민의 여행학교-모규민/ 낙성대공원, 관악산>
<잊지 못할 여름>
무더위와 코로나.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여행사 대표들은 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습니다.
덕분에 동네 아이들이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습니다.
일반적으로, 여행자들은 여행사에 자신들의 추억에 대한 대가로 비용을 지불합니다.
어린이 여행사가 여타 다른 여행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린이 여행사 대표들은 여행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즐겁게 놀 마음과 편한 운동화만 준비해오세요.”
그렇다고, 여행사 대표들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즐겁고 알찬 여행이 되었고, 좋은 추억이 가득한 여행이었어요.
코로나 속에서 만나서 마스크를 쓰고 만나야 했지만,
코로나 상황에서도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어요.
여행하면서 처음 보는 친구들이랑 친해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제가 길을 안내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코로나로 한동안 여행을 가지 못해 답답했는데, 직접 여행사 대표가 되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날씨는 더웠지만, 동생들과 함께 동물들도 보고 게임도 함께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동생들아 덕분에 정말 즐거웠어.”
아이들은 부모님의 응원과 칭찬도 듬뿍 받았습니다.
“혜리야~ 이번 당일 여행을 준비하면서 기대 반 걱정 반 하는 혜리를 보면서 엄마도 같은 마음이었어.
열심히 준비한 것과 다르게 조금 속상한 상황도 있었지만,
다시 마음 잘 잡고 준비하는 혜리가 참 기특하더라~
여행 가면서 설레하던 너의 모습.. 함께한 친구들,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
앞으로도 행복해하는 혜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음 좋겠다~ 사랑하는 우리 딸 항상 응원할게~“
“태현이가 여행사 프로그램을 하며 기획부터 진행, 현장 체험까지 하나하나 직접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는 너무 기특하고 멋지더라.
이렇게 새로운 만남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한 단계 성장해 가는 태현이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단다~
특히 동생들을 위해 여행사 로고도 직접 만들어 선물해주고,
제비뽑기도 준비해서 동생들이 많이 즐거워 했다니,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많이 칭찬해주고 싶어~ 태현아~ 사랑해! 우리 아들 파이팅!”
내 손으로 이루는 성취감, 행복감, 희열, 자신감, 자부심, 관계와 추억을 얻었습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이지요.
여행사 대표들의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 그러나 어느 때보다 빛나 보이던 얼굴이 생생합니다.
2021년 여름은 정말이지 잊지 못할, 여름이었습니다.